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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칠흑 같은 궁궐의 밤을 밝혀라! "어유 기름과 어유등 소동"

by 자유롭고 싶은 영혼 2026. 8. 11.

오늘날 서울의 궁궐들은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이 켜지며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지만, 수백 년 전 조선 시대의 궁궐은 해만 지면 손가락 하나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습니다.

그렇다면 전기 불빛도 없던 그 시절, 밤에 대궐 마당을 비추고 임금님의 야간 행차나 국가 행사를 준비할 때 어떤 조선시대 야간 조명을 사용했을까요?

귀한 꿀벌의 밀랍으로 만든 밀초나 고급 참기름 등잔은 값이 너무 비싸 궁궐에서도 함부로 펑펑 쓸 수 없었습니다.

이때 궁궐의 넓은 밤마당을 환하게 밝혀준 뜻밖의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동해와 남해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에서 짜낸 조선시대 어유 기름이었습니다!

칠흑 같은 궁궐의 밤을 밝혀라! "어유 기름과 어유등 소동"
칠흑 같은 궁궐의 밤을 밝혀라! "어유 기름과 어유등 소동"


지독한 비린내와 그을음의 습격! 궁궐을 발칵 뒤집은 어유등 소동

물고기 기름을 태워 불을 밝히는 물고기 기름 등불인 '어유등'은 바람이 불어도 잘 꺼지지 않고 불빛이 아주 밝다는 큰 장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어유등에는 모두가 머리를 내저을 만큼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불이 타오르기 시작하면 고소한 참기름 향 대신 코를 찌르는 지독한 생선 비린내와 함께 텁텁한 검은 그을음이 온 방안과 대궐 마당을 가득 채웠던 것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좁은 방 안에서 어유등을 켜두면 선비들과 나인들이 비린내에 머리가 아프다며 창문을 열어달라고 비명을 지르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조정에서는 대궐 안쪽 殿閣(전각) 실내에서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잔을 쓰게 하고, 어유등은 오직 넓은 대궐 마당이나 성벽 위에서만 켜도록 엄격한 규칙을 세우기에 이르렀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생존의 불빛! 어유가 지켜낸 국가의 밤

냄새는 지독했지만 궁궐 어유등은 국가의 안보와 안전을 지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었습니다.

비바람이 치는 밤에도 쉽게 꺼지지 않는 특성 덕분에 밤마다 도성을 순찰하는 순라군들의 등롱이나 국경 지대의 봉수대, 궁궐 담장을 지키는 호위 군사들의 횃불에는 무조건 어유 기름이 사용되었습니다.

바다에서 청어나 상어, 고래 등을 잡아 어유 기름을 생산하는 일은 국가의 중요한 산업 중 하나였으며, 각 지방 관청에서는 해마다 일정량의 어유를 대궐로 진상해야 했습니다.

궁궐의 밤을 지키는 내시들과 나인들은 밤마다 어유 기름 항아리를 들고 다니며 등잔마다 기름을 채워 넣느라 옷에 생선 기름 냄새가 푹 밸 정도였습니다.

지독한 비린내 뒤에는 나라의 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고된 땀방울과 헌신이 녹아있었던 셈입니다.


어두운 세상을 지혜로 밝힌 조상들의 삶과 기술

비록 오늘날처럼 버튼 하나로 환한 전등을 켤 수는 없었지만, 조상들은 바다에서 얻은 물고기 기름 하나까지 알뜰하게 활용하여 어둠을 몰아냈습니다.

비린내 가득한 어유등 불빛 아래에서 사관들은 실록에 기록을 남겼고, 군사들은 칼을 쥐고 대궐을 지켰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연이 준 재료를 영리하게 이용해 국가의 밤을 환하게 밝혀냈던 조상들의 기발한 생존 지혜와 만능 활용법!

오늘 밤 따뜻하고 환한 방 안에서 불을 켤 때, 수백 년 전 칠흑 같은 궁궐 마당을 주황색 불빛으로 물들였던 조선시대 어유 등불의 역사를 한 번쯤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